국내에도 VR로 건물 짓는 '프리 콘' 뜬다

입력 2017-05-24 20:39  

고 스티브 잡스가 UFO모양 애플 신사옥에 적용한 그 방식

GS건설 2년 전 첫 도입한 공법…하나금융 데이터센터 곧 준공
설계·시공 효율화…600억 아껴



[ 이정선 기자 ]
애플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가 구상한 UFO 모양의 신사옥 ‘애플파크(Apple Park)’. 총공사비 6조달러를 들여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들어선 이 건물은 이른바 ‘프리콘(pre-con)’이라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시공 전 가상현실(VR)로 시뮬레이션하는 선진형 발주 체계다. 발주자, 설계사, 시공사가 설계 단계에서 하나의 팀을 구성해 설계부터 건물 완공까지 모든 과정을 실제와 똑같이 구현함으로써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없애는 방식이다. 공사비를 아끼고 공기(工期)를 단축시키는 것이 장점이다. 이 같은 프리콘 방식이 국내 대형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를 벗어나지 못한 주먹구구식 국내 건설문화가 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국내 프리콘 분야의 선두 주자는 GS건설이다. 2013년 7월 건설업계 최초로 건축 프리콘 팀을 구성하고 미국 건설회사인 터너(Turner), DPR 등과 기술제휴를 맺었다. DPR은 애플파크와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 등을 시공한 프리콘 분야 미국 1위 업체다.

GS건설은 2015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프리콘 방식을 통해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 신축 공사를 수주, 이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공사는 당초 260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됐으나 프리콘 작업을 하면서 2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달에도 이 방식으로 대구은행 DGB 혁신센터를 수주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도 최근 관련 팀을 꾸려 프리콘 서비스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한태희 GS건설 건축프리콘 팀장은 “프리콘 방식은 발주처에 공사비를 공개하고 시공자에겐 적정이익을 보장해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잦은 설계 변경으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건설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 시뮬레이션은 이미 제조업계에선 보편화된 방식이다. 한국 알테어 등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시제품을 제작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충돌 테스트도 가상현실로 가능하다. 국내 건설업계에서 특히 프리콘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저가 낙찰제의 부작용 때문이다. 한 팀장은 “가장 낮은 공사비를 써낸 건설사를 시공자로 뽑다 보니 시공 과정에서 공사비를 올리기 위한 설계 변경이 반복되고 있다”며 “여기에 설계업체 따로 건설업체 따로 분리돼 있어 시공 과정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조상우 DPR 한국지사장은 “한국 건설사들이 프리콘 방식에 익숙지 않다 보니 해외 건설사에 비해 설계·시공 경쟁력이 크게 처진다”며 “덤핑 수주가 아니면 따낼 물량이 없어 한국에서 아파트 사업으로 얻는 이익으로 해외 공사의 적자를 메우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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